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김 효 의원, 서귀포관광극장 이어 춘지등대까지… “제주 근현대 유산 보존 시스템 마련해야”

제주 / 정충근 기자 / 2026-10-07 19:30:05
재일제주인의 고향사랑과 어촌마을의 지역사가 담긴 춘지등대…제주미래유산 지정 등 제도적 보존 및 활용 필요!
▲ 2026년 11월 완공될 등대와 춘지등대 옛터 기념물 조성 조감도(안) -서귀포시 제공

[뉴스앤톡]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김효 의원(국민의힘)은 7일 서귀포시 행정사무감사 질의에서, “지난해 서귀포관광극장에 이어 올해 3월 재일제주인의 애달픈 사연을 담고 있는 사계항 춘지등대가 철거된 가운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제주 근현대 유산에 대한 행정의 인식을 전환하고, 제주도민의 기억과 가치가 담긴 유산을 제도적으로 보존․활용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춘지등대는 단순한 항만시설물이 아니다. 1995년 사계리 출신 재일제주인 故 김춘지 씨가 고향마을 어민들의 안전을 위해 사재 1억 원을 들여 설치한 등대로, 재일제주인의 고향사랑과 제주 어촌의 생활사가 담긴 상징적인 공간이다.

특히 재일제주인들은 고향에 학교 부지와 건물을 마련하고, 감귤 묘목과 전기·상수도·마을회관 등을 지원하는 등 제주도민의 생활환경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춘지등대 역시 이러한 재일제주인의 고향 지원과 나눔의 역사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산적 가치에 대한 사전 검토와 행정적 판단 부족!”

춘지등대는 사계항 방파제 연장 및 보강사업 과정에서 철거됐는데, 2022년 12월 등대 이설과 관련한 주민협의가 있었고, 2023년 3월 기본 및 실시설계 중간보고회에서 등대 철거와 신규등대 설치 계획이 논의됐다. 이후 2025년 7월 방파제 연장공사가 착공됐으며, 2026년 3월 18일 춘지등대가 철거됐다.

문제는 유족 동의 절차가 등대 철거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당초 행정당국은 어촌계에서 소개한 고인의 먼 친척을 통해 동의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으나, 실제 직계 유족인 며느리의 존재가 뒤늦게 확인됐다. 며느리의 동의가 이뤄진 날짜는 2026년 4월 14일로, 춘지등대가 철거된 3월 18일 이후였다.

김효 의원은 “시설물의 물리적 기능만을 기준으로 철거 여부를 판단했다면, 그 시설물에 담긴 사람들의 기억과 역사적 의미는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재일제주인의 고향사랑과 가족의 기억이 담긴 춘지등대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한 사전 검토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춘지등대는 제주 근현대사의 기억을 담은 문화적 상징!”

춘지등대에는 재일제주인 김춘지 씨와 남편 故 강진황 씨의 고향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강진황 씨는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성공한 뒤 어린 시절의 고향 포구를 떠올리며 마을 어부들의 안전을 위해 1993년 하예리 해안절벽에 등대를 세웠다. 김춘지 씨 역시 1995년 사계리 포구에 등대를 세웠다. 두 등대는 약 4~5㎞ 떨어져 있었으며, 각각 ‘진황등대’와 ‘춘지등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두 등대는 이후에도 사계리와 하예리 어민들의 뱃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해왔고, 지역에서는 마치 부부가 서로 신호를 보내며 어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더욱 가슴 아픈 부분은 춘지할망의 유족이 춘지등대 앞에서 설과 추석마다 제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왔다는 점이다. 등대의 철거는 단순히 하나의 시설물을 없애는 것을 넘어 유족과 지역주민의 기억을 이어갈 공간까지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11월 원형 복원… “제1호 제주미래유산으로 지정해야!”

다행히 철거 이후 유족의 뜻이 확인되고 여러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행정당국은 춘지등대를 본래 외형에 가깝게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춘지등대 동판과 표지석을 신규등대에 부착하고 춘지등대 관련 안내판을 설치하는 한편, 옛 등대 터에도 모형등대와 기념비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단순한 원형 복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하면서, “춘지등대와 진황등대는 법률상 지정문화유산의 기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재일제주인의 역사와 제주 어촌의 삶, 고향에 대한 기부와 나눔의 정신을 담고 있는 지역의 기억유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서귀포시 김원칠 부시장은 “어촌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부족한 점이 있었으며, 행정적인 시각을 넘어서서 지역사 등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나가면서 사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2025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유산 조례를 적극 활용해 춘지등대를 제1호 제주미래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향후 서귀포관광극장, 춘지등대 등 근현대 유산의 철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서귀포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협의해 실효성 있는 보존 및 활용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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