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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종렬 명예교수 |
[뉴스앤톡] 경상국립대(총장 권진회) 의과대학 함종렬 명예교수가 의사로서 생과 사의 경계를 지켜온 경험을 담은 세 번째 시집 『거미, 시를 뽑다』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후』, 2025년 『다시 만나는 길』(오감도)에 이은 것이다. 도서출판 실천이 ‘실천 서정시선’ 117번으로 9월 15일 발행했다. 시 73편을 4부로 나눠 실었고 표제작 '거미, 시를 뽑다'는 3부에 들어 있다. 양장본 158쪽, 1만 5000원이다.
시집은 함 명예교수가 일상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린 성찰을 담았다. 진료실과 병동에서 마주한 생명의 무게, 평범한 일상에 깃든 사랑과 이별,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정이 시집 전반을 관통한다.
특히 4부에 실린 '야간 당직'과 '수치 너머'에는 의사이자 시인이라는 함 명예교수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야간 당직'은 밤새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을 지켜본 기억을 통해 생명의 유한성과 이를 돌보는 사람의 책임을 담담하게 그렸다.
수없이 밀려오던 부정맥 사이에서도/ 끝내 아침은 천천히 맥박을 되찾아갔다
'수치 너머'는 의학적 검사와 수치로는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인간 내면의 고통에 주목한다.
혈압은1 20이지만/ 가슴의 떨림은 얼마일까
조직 검사로 병명은 밝혔지만/ 고요한 흐느낌의 진단명은 뭐라 부를까
정상 수치에는 늘/ 그림자가 걸려 있다
함 명예교수는 이처럼 의학의 언어와 시의 언어를 교차시키며 질병을 넘어 한 인간의 삶과 마음을 바라본다. '무영등' '영안실 앞' '5인실' '척수의 바다'처럼 의학 용어나 병원 공간을 제목으로 삼은 작품도 여럿 실렸다.
시집은 죽음과 상실의 무게에만 머물지 않는다. 2부의 '다음 생'은 3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와의 유쾌한 대화를 통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같은 부의 '두레탕'은 공동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안부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잊혀가는 공동체의 풍경을 그린다.
뜨거운 물속에서/ 이름도 모른 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잠시/ 같은 온도로 살다 나온다
해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체화된 건강한 삶의 철학'을 쓴 복효근 시인은 함 명예교수가 죽음과 상실을 응시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따뜻한 인간성이 살아 있는 세상이라고 평했다. 그 사유가 결국 대가 없이 베풀고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인간다운 삶에 귀착된다는 해석이다.
함 명예교수는 ‘시인의 말’에서 “시는 그 온기를 천천히 더듬는 일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의 온기에 기대어 살고 자신의 온기를 남긴다고도 썼다. 살면서 받은 수많은 덤처럼 이 시집도 누군가에게 덤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함종렬 명예교수는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과대학 부학장과 학장을 역임했다. 2021년 계간 《시와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후』와 『다시 만나는 길』이 있다. 2025년 9월 명예퇴직한 뒤 현재 진주굿모닝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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