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된 옷은 다 이유가 있어요''…50년 명장의 손끝기술, 교실에서 이어지다
市, “숙련기술인의 자긍심 높이고 기술의 명맥을 미래세대로…서울명장 지원 지속”
정충근 기자
didgusah5449@naver.com | 2026-07-12 17:30:33
[뉴스앤톡] “잘된 옷은 다 이유가 있어. 사람 몸은 곡선이 많잖아. 원단도 그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야 해.”
9일 오후 성동글로벌경영고등학교 패션디자인 실습실. 재봉틀 앞에 둘러앉은 학생들의 시선이 양민석 서울명장의 손끝을 따라 움직였다. 양 명장은 원단을 다리는 방향부터 봉제선의 미세한 여유, 인체 곡선을 살리는 패턴 처리법까지 50년 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하나하나 풀어냈다.
“여기 무릎 쪽에 페달을 조금만 대고 박으면 소리가 달라지지?” “이렇게 하면 밑판에 이세(Ease・여유분)가 덜 들어가게 돼.” “끝에는 박기보다 묶어주는 게 좋아.” 양 명장은 재봉틀 앞에서 손끝으로 직접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설명했다. 학생들은 명장의 손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재봉틀 앞으로 몸을 기울여 시범을 지켜봤다.
특강에 참여한 김지효 학생(성동글로벌경영고 3학년)은 “오랜 시간 연구하신 방법을 아낌없이 알려주셔서 단순히 옷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옷을 더 사랑하는 방법까지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하 학생(성동글로벌경영고 3학년)도 “옷을 그저 만드는 법이 아니라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강을 마친 뒤 양 명장은 자신의 기술 철학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하철도 수업 공간이 될 수 있어. 사람들이 입은 옷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왜 예쁜지, 왜 불편해 보이는지 계속 봐야 해. 잘된 옷도 보고, 잘 안 된 옷도 보고 계속 질문해야 실력이 느는 거야.”
양 명장은 의류 봉제 분야에서 올해로 50년째 외길을 걷고 있다. 1977년 국제기능올림픽 양장 직종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국가대표 선수 지도위원, 국제기능올림픽 심사위원, 산업현장 교수 등을 맡으며 대한민국 의류봉제 기술 발전과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양 명장은 “학생들이 현장에 나갔을 때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덜 겪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수십 년 동안 연구한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며 “실습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현장에 나갔을 때 오늘 배운 내용이 한 번이라도 떠오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시대에도 숙련기술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양 명장은 “AI는 디자인이나 3D 시뮬레이션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실제 옷을 만들고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아직 사람의 감각과 경험이 중요하다”며 “봉제는 공정이 많고 원단과 인체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반복된 경험과 손끝의 감각이 쌓여야 완성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숙련기술의 가치를 잇는다…서울시, '2026 서울명장' 7.13~9.11까지 공개 모집'
서울시는 이처럼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축적한 숙련기술을 다음 세대로 전하고 서울 제조업 발전에 기여한 최고 숙련기술인을 발굴하기 위해 '2026 서울명장'을 오는 9월 11일까지 공개 모집한다.
'서울명장'은 '서울특별시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 제7조에 따라 제조 분야 숙련기술인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기술이 존중받는 사회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 최고 숙련기술인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올해 모집 대상은 서울시 5대 특화업종인 ▲의류봉제 ▲기계금속 ▲인쇄 ▲주얼리 ▲수제화(가방) 분야 종사자이며, 업종별 1명씩 총 5명을 선정한다.
선정된 서울명장에게는 분야별 기술장려금 1천만 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며, 서울명장 인증패와 사업장 현판을 수여한다.
또한 도시제조허브에 역대 서울명장을 소개하는 현판을 설치해 서울 제조업을 대표하는 숙련기술인의 역사와 기술을 시민들에게 홍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선정된‘서울명장’은 후학양성을 위한 기술교육, 작품전시, 미디어 촬영 등의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숙련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5년부터 숙련기술인의 사회적 위상과 자긍심을 높이고자 ‘서울명장’으로의 명칭 변경을 비롯해 지원규모, 선정기준, 지원내용을 대폭 개편하여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5대 업종에서 30명을 선정해 1인당 200만원의 기술장려금을 지급했지만, 서울명장을 기술인의 최고 영예직으로 육성하기 위해‘명장의 수는 줄이되, 지원규모를 확대한다’는 원칙으로 지난해부터는 업종별 1명씩 총 5명을 선정하고 기술장려금을 1천만원으로 확대했다.
서류심사 최저점수도 40점에서 60점으로 상향하고 근무기간보다 숙련기술 수준과 혁신 역량의 비중을 높여 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올해는 더 많은 숙련기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 기간도 지난해 31일에서 올해 61일로 확대했다. 또 기존 우수숙련기술인 선정자에게도 서울명장 공모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도시제조업 종사자의 상당수가 50대 이상인 점을 고려해 SNS 홍보와 함께 도시제조허브, 협업기관 및 관련 단체를 활용한 현장 중심의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기존 우수 숙련기술인도 동일한 선정기준과 심사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심사를 받을 수 있으며, 서울명장으로 선정될 경우 기술장려금과 인증패, 현판 등 동일한 지원을 받게 된다.
‘2026년 서울 명장 선정’ 사업의 참여자 모집 공고는 7월 13일(월)부터 9월 11일(금)까지 진행되며, 신청 접수는 8월 31일(월)부터 9월 11일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자세한 자격요건과 신청 방법은 서울시 누리집(서울소식'고시·공고)에서 확인하면 된다.
동일 분야에서 15년 이상 종사하고, 공고 시점에 서울특별시에 거주하고 근무지 소재지가 서울특별시인 자는 신청 가능하다.
신청을 희망하는 숙련기술인은 거주지 또는 근무지 관할 자치구에서 추천서를 발급받아 신청 서류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시는 접수 이후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1월 중 '2026년 서울명장'을 최종 선정하고, 12월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선정된 서울명장의 우수 제조기술과 기술철학은 쇼츠(Shorts) 영상으로 제작해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등 숙련기술의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서울시 경제실 관계자는 “오랜 세월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숙련기술인들이야말로 서울 도시제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이번 공모를 통해 숙련기술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그 기술의 명맥이 미래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울명장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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