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전화도 잘 안 받던 홀몸노인…3년 안부 확인이 집을 바꿨다”

동대문구 장안1동, 민‧관 상시 돌봄으로 고위험 가구 생활환경 개선

정충근 기자

didgusah5449@naver.com | 2025-12-01 16:46:14

▲ “전화도 잘 안 받던 홀몸노인…3년 안부 확인이 집을 바꿨다”
[뉴스앤톡] “손도 못 대고 살던 집을 이렇게 정리해줘서 고맙소.”

서울 동대문구 장안1동 80대 홀몸 어르신 김모 씨 집이 달라졌다. 쓰레기와 설거짓거리에 뒤엉켜 있던 거실과 주방이 말끔해지고, 현관에는 새 도어락이 설치됐다. 사회적 고립과 건강 악화로 방치됐던 집이 민‧관의 협력으로 다시 서기 시작한 것이다.

출발점은 3년간의 안부 확인이었다. 2022년부터 우리동네돌봄단 이강영 단원은 청력이 좋지 않아 전화 소통도 어려운 김 씨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건강과 생활 상태를 살폈다. 방문이 이어지며 김 씨가 홀로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신체·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단원은 즉시 동 주민센터 복지플래너에 상황을 알렸고, 노인맞춤돌봄서비스·1인가구 주택관리서비스 ‘클린케어’ 등 공적 지원을 잇따라 시도했다. 그러나 어르신의 서비스 거부, 장기요양보험 등급 탈락 등으로 행정 지원은 번번이 가로막혔다.

그럼에도 민‧관은 대상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동네돌봄단은 후원금을 연계해 현관 도어락을 설치하고, 병원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동행 지원을 병행했다. 주민센터는 통합돌봄서비스를 신청해 건강·일상 전반을 다시 평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가정 방문에서 상황은 더 심각했다. 집 안 청소와 주방 관리가 사실상 중단된 채 쓰레기와 찌꺼기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주민센터는 두드림(do dream) 활동단, 우리동네돌봄단과 합동으로 거실·주방·생활공간을 전면 정리하는 주거 대청소에 나섰다.

정비를 마친 집을 본 김 씨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정윤희 두드림 활동단 3권역장은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말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강영호 장안제1동장은 “몇 년간 민‧관이 고립 어르신을 놓지 않고 지켜본 결과”라며 “앞으로도 상시돌봄체계를 강화해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더 빨리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주민 참여형 상시 보호망이 제도적 한계를 메운 모델로 꼽힌다. 우리동네돌봄단이 일상 안부 확인과 위험 징후 감지를 맡고, 두드림활동단이 주거 정비와 현장 지원을 담당하며, 주민센터가 통합돌봄과 공공서비스를 잇는 구조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전화 한 통, 문 한 번 두드리는 일이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바꾸기도 한다”며 “지역이 함께 지켜보는 돌봄이야말로 고립된 고령 가구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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