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미담]울산교육청 “담장 허물고 함께 자란다”…울산 다운지구 초중고 ‘교육 울타리’ 의 따뜻한 동행
다전초·다운중·다운고, 걸어서 5분 이점 살려 배움공동체 구축
정충근 기자
didgusah5449@naver.com | 2026-10-28 16:20:12
[뉴스앤톡] 울산 중구 다운동에는 다전 생태공원을 사이에 두고 다전초등학교, 다운중학교, 다운고등학교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걸어서 5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지만, 통상 초중고는 학제와 교육과정이 달라 교류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세 학교는 ‘지리적 근접성’이라는 환경을 기회로 바꿨다.
담장을 허물고 학교급의 경계를 넘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배움공동체 ‘다운지구 교육 울타리’다.
배움과 나눔이 일상이 된 다운동 교정에서 피어난 따뜻한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 [배움을 잇다] 선배가 알려주니 쏙쏙…방과 후 1 대 1 맞춤 학습 상담
“선배가 알려준 영어 단어가 수업 시간에 나왔을 때 이해가 잘됐어요. 몰랐던 단어를 외워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어요.”
한 달에 두 번 방과 후, 다운중학교 교실에는 선배와 후배가 마주 앉는 특별한 수업이 펼쳐진다.
다운고 1학년 학생 4명이 다운중 학생 6명의 학습 상담자(멘토)가 되어 기초학력을 돕고 진로 고민을 나누는 ‘교육 울타리 학습 상담(멘토링)’ 시간이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고등학생들이 국어, 수학, 영어 중 한 과목을 맡아 중학생들과 1 대 1 또는 1 대 2로 수업을 진행한다.
상담자(멘토)로 나선 고등학생들에게도 이 시간은 성장의 계기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는 내용을 설명하면 후배들도 금세 이해할 것으로 여겼지만, 가르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후배의 성향과 이해도를 살피고, 막막해하는 부분을 따뜻하게 다독이는 ‘공감의 지도력(리더십)’을 배우게 된 것이다.
상담자(멘토)로 참여한 다운고 1학년 학생들(임혜인, 이지윤, 김소영, 이도연)은 “저희가 설명한 내용을 후배가 눈을 반짝이며 이해할 때, 그리고 어려운 부분을 주저 없이 다시 질문하며 파고들 때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 [마음을 잇다] 고교생 언니․오빠가 읽어주는 동화…책으로 통하는 선후배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 동화책 한 권을 사이에 두고 마음을 잇는 따스한 활동도 있었다.
지난 7월 다운고 동아리 ‘외솔 바로 알기’ 학생 14명은 다전초를 찾아 1학년 후배 9명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 주세요’ 재능기부 활동을 펼쳤다.
고교생들은 세 명씩 짝을 이뤄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 ‘거꾸로 토끼끼토’, ‘엄마가 유령이 됐어!’ 등 7권을 함께 읽었다.
단순히 책을 낭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관점에서 편지를 써보거나 책 뒷이야기를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다채로운 독후 활동을 곁들여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웠다.
고등학생들은 엉뚱 발랄한 어린 후배들의 반응에 귀 기울이며 활동 방식을 유연하게 조율하는 소통 역량을 길렀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선배’에서 ‘후배와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호흡하는 선배’로 자연스럽게 거듭났다.
■ [자연을 잇다] 교실 밖 다전뜰에서 펼쳐진 ‘생태 해설 활동’
세 학교의 협력은 교실을 벗어나 마을의 자연환경으로 뻗어 나갔다.
지난 5월 세 학교의 중심에 있는 다전 생태공원에서는 다운고 학생과 다전초 6학년 학생, 다운중 학생자치회 학생들이 함께하는 ‘다전뜰 생태 환경 정화 활동(클린 워크)’이 열렸다.
이번 활동의 특별함은 고등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기획이다.
다운고 학생들은 사전에 다전뜰 일대의 생물 다양성을 직접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중학생 후배들의 눈높이에 맞춘 ‘생태교육 해설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공원에 자생하는 동식물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꽃 팔찌 만들기 체험을 함께 진행한 뒤, 다전뜰 구석구석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활동으로 배움을 실천으로 옮겼다.
활동에 참여한 다운고 학생들(김규리, 강태인, 권나단, 정명종, 엄지환)은 “생태 퀴즈를 풀면서 후배들과 함께 웃고 뛰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라며 “마을의 다전뜰에서 서로의 배움과 마음을 나눈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 [감성을 잇다] 3개 학교 울려 퍼진 화음…다운지구 어울림 음악회
세 학교는 학업과 생태 체험에 이어 문화․예술로도 하나가 됐다.
28일 다전초등학교 야외공연장에서는 다전초, 다운중, 다운고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어우러진 ‘다운지구 어울림 음악회(트라이앵글 페스티벌)’가 열렸다.
이날 무대는 기획부터 진행까지 교육공동체의 협력으로 완성됐다.
다전초 6학년 학생들의 사회로 막을 올린 음악회는 다전초 교사 밴드 ‘오분만’의 축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다운중 밴드부 ‘데이스타’, 다운고 밴드부 ‘유스’, 다전초 밴드부 ‘다별하’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였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무대를 즐기며 학교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화합하는 시간이었다.
■ [희망을 잇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실천하는 교육 울타리
오늘도 다운지구에서는 나이가 다른 학생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선배는 후배를 가르치고 이끄는 과정에서 나눔의 가치와 책임감을 배우고, 후배는 가장 가까운 선배를 보며 학교생활을 배우고 미래의 꿈을 구체화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다운지구 교육 울타리’는 학교와 학년의 경계를 허물고 학생들의 실제 삶과 맞닿은 배움을 일구고 있다.
지리적 이점을 넘어 따뜻한 연대와 상생으로 꽃피운 이들의 동행은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모범적인 미래형 교육공동체 모형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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