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울디자인재단과 휠체어 눈높이에 맞춘 접수대… 디자인으로 찾은 '모두의 편안함'
유니버설디자인 공간개선 올해 첫 사례...서울적십자병원 개선
정충근 기자
didgusah5449@naver.com | 2026-11-02 13:05:08
[뉴스앤톡] 높은 접수대, 좁은 통로, 읽기 어려운 안내판. 휠체어 이용자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 불편의 연속이었던 병원 공간이 누구나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났다.
서울디자인재단과 서울적십자병원은 10월 29일 내과 진료실과 진료대기실의 유니버설디자인(UD) 공간개선을 마쳤다. 서울시와 재단이 추진하는 '2026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 사업'의 4개 기관 5개 과제 가운데 첫 시공 완료 사례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조성 기본 조례'에 근거해 장애인·어르신·임산부 등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설·공간 유형별 적용지침을 마련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을 통해 현장 맞춤형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개선은 ‘처음 온 사람도, 휠체어를 탄 사람도, 보호자와 함께 온 어르신도 편안하게 이용하는 병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이와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드는 유니버설디자인을 병원 현장에 적용한 것이다.
재단이 위촉한 UD 전문 컨설턴트가 지난 5월부터 현장을 진단하고, 병원 실무진과 여러 차례 개선안을 협의했다. 환자들의 실제 대기 방식과 이동 동선을 살피고, 시공사의 현장 검토와 공사비 추산을 거쳐 실행 가능한 개선안을 확정했다.
먼저 접수대의 형태와 응대 높이를 조정해 휠체어 이용자도 같은 창구에서 편안하게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 공간에는 의자를 새로 설치해 진료를 기다리는 환경을 정비했다.
이동 통로는 휠체어 이용자를 고려해 통행 유효폭 1,500㎜를 확보했다. 벽면에는 안전손잡이와 가드범퍼를 설치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을 돕고, 휠체어와 보행보조기가 벽에 부딪힐 때 발생할 수 있는 충격과 시설 파손을 줄이도록 했다. 진료실 위치와 이동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색채 대비와 큰 글씨를 적용했다. 시력이 약한 고령자나 병원을 처음 찾은 환자도 필요한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진료실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개선된 공간을 이용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환자는 “예전에는 접수대가 높아 직원과 눈을 맞추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 존중받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휠체어를 타는 어머니와 함께 내과를 찾은 한 보호자는 “안내판 글씨가 크고 색이 뚜렷해 헤매지 않고 진료실을 바로 찾았다”며 “통로가 넓고 손잡이가 이어져 있어 어머니 혼자 이동하셔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이 바뀌니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편안해졌다. 구석구석 세심한 배려가 묻어난다”고 덧붙였다.
접수대에서 시작된 변화는 다른 진료과와 공용공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적십자병원은 이번 개선 효과를 바탕으로 병원 내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서울적십자병원 관계자는 “접수대 높이와 통로 폭의 작은 차이가 환자분들께는 진료 전 긴장을 덜어주는 큰 배려가 됐다”며 “휠체어를 타신 분도, 병원을 처음 찾은 어르신도 누구의 도움 없이 접수부터 진료까지 편안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개선된 공간을 세심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적십자병원을 포함한 올해 UD 컨설팅 사업의 4개 기관 5개 과제는 11월 초까지 개선 공사를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병원과 무료급식소, 공영주차장, 주거시설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공간이 대상이다.
이랜드복지재단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는 외부 도장과 주차장 바닥 정비, 내부 맞춤가구 제작, 미끄럼방지 바닥 설치를 마쳤다. 한국자산관리공사 나라키움 저동빌딩 공영주차장은 보행안전 동선과 길안내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는 국가유공자 주거시설 2곳의 생활 동선을 개선해 11월 초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재단은 오는 11월 말에 5개 과제의 개선 전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장 이용자 만족도 조사 등 개선 효과를 확인해 재단 누리집에 공개해 공공·민간 병원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낮은 접수대, 안내판 하나가 유니버설디자인의 시작”이라며”병원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공간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넓혀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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